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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독서 리스트

あかいいと 2011. 10. 2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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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도 어김없이 독서 목표는 52권.


1.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 강세형
새해에 완독한 첫 책. 그리고 신혼 여행지에서 읽기에 적합하지는 않았던 작가의 독백들.
제목만 보고 성장에 대한 에세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헤어진 옛 연인에 대한 그리움과 접어두었던 꿈에 대한 아쉬움을 풀어놓은 이야기.
다른 사람이 생겼다며 이별을 말하던 그 사람.
"그에겐 내가 필요해. 
하지만 넌, 내가 없어도 괜찮잖아."
다른 사람이 생겨서 떠나간 옛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한편으로는 원망을 닮은 감정들을,
일상의 수 많은 단면에서 열심히, 혹은 일부러 찾아내는 것 같은 느낌 때문에 불편했다 해야 할까.
만약 나와 그녀가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였다면 전해주고 싶었다.
'우리는 어떤 관계였을까', '우리는 운명이 아니었던걸까'하는 생각 모두 그만두라고.
두 여자 사이에서 비겁하게 자신을 '필요'라고 둘러대던 그 사람은 당신을 가질 자격이 없었던 것 뿐이라고.
자신이 받고 있는 사랑의 가치를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이후에도 행복해질 수 없지만,
사랑을 주는 방법을 알고 있는 당신은 언젠가 그보다 빛나는 사람을 만나게 될테니까.
 
2011년 01월 23일 16:48

2. 그녀가 말했다 / 글 김성원 사진 밤삼킨별
올해에는 왜 집어드는 책마다 이별 이야기뿐일까.
감당할 수 없이 밀려드는 업무와 사사건건 신경을 긁어대는 인물 때문에
가뭄에 논 바닥 갈라지듯 감정도 감성도 메말라버릴까봐 일부러 라디오 작가들의 에세이를 선택했을 뿐인데.
기쁘고 행복하면 글을 쓸 수 없는 사람들처럼 온통 아프고 슬픈 이별 이야기뿐.
최근에 본 영화에서, "괜찮아요. 인연이 아니라서 그런거니까."라는 말을 듣고 남자가 말했다.
"아니에요. 끝까지 사랑하지 않았던 거에요."
이별에 어떤 이유를 갖다붙여도, 그 이유가 아무리 아름답고 그럴듯해도,
결국 이별이 온 것은 그 사람을 끝까지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젠가 사랑은 다시 온다.
사람들은 누구나 길을 잃는다. 젊고 아름다운 시절엔 특히.

2011년 02월 06일 22:52

3. 그녀에 대하여 / 요시모토 바나나
요시모토 바나나. 대학 시절 이후로 참 오랜만이다.
신작 발간 소식이 있으면 기다렸다 바로 구해서 읽을 정도로,
그녀 작품이라면 열렬히 애독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그녀에 대하여>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든 생각은 '간신히 다 읽었구나'
작가의 잘못은 아니다.
그녀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오컬트적이고 비현실적인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는데..그것을 읽어내는 내가 변한거다.
그녀 작품에 열광하던 때의 나는 불안정하고 비현실적이었지만,
지금의 나는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현실에 발을 디디고 있어서인지 그녀가 불편하다.
게다가 이제는 새로울 것도 없는 식스센스식 반전 때문에 식상하기까지.
아무것도 잃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나 역시 한때 열광하던 작가를 잃었다. 시간이 흐르고 내가 자란 탓이다.

2011년 02월 18일 23:54

4. 남자들에게 / 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의 작가 시오노 나나미의 에세이.
작가의 전작들에 기대지 않고 <남자들에게>라는 섹시한 제목만으로 덜컥 주문한 책.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건..이 작가 유럽 정말 좋아한다. 특히 이탈리아.
이탈리아 남자에 대한 찬양과 영국 남자에 대한 감탄이 책 절반이래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만 수긍할 수 밖에 없는 내용도 일부분 있는데,
스타일 편에 '식사법의 문명에 대하여'가 대표적이다.
식사법만큼 그 사람의 어릴 적 가정을 상상하게 하는 것은 없다. 그것만큼은 치열교정 이상으로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어릴 적 습관이 어떻게 해도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 품위 있게 보이려 해도 헛일이다.
그녀는 식사법을 일례로 들었지만 -사실 남자건 여자건 성별을 떠나- 어릴 적부터 보고 배운 것을 나이를 먹고 부정할 수는 없다.
품위는 자연스럽게 몸에 익혀지는 것이지 급조해서 배운다고 티가 나는 것이 아니니까.
한국에서는 간단히 '가정교육'이라 말하는 그것. 품위.
이 책 전체에서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은 이정도가 전부.
본능 또는 관능 편에서는 여자들의 본성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데..내용이 참 경악스럽다.
무솔리니의 애첩이 죽음을 각오한 날 핸드백을 두고 나왔다는 에피소드로
여자와 핸드백의 관계를 마치 핸드백이 여자 몸의 일부분인 것처럼 설명하고, 
윈저공이 유언장에 남긴 부인의 보석에 대한 에피소드로 진짜 애정을 논하는 것을 읽고 있자니 그 속물스러움에 속이 메스껍다.
첫 번째 챕터인 스타일 편 딱 한 챕터만 읽고 덮었으면 좋았을 것을..

2011년 03월 31일 23:57

5. 끌림 / 이병률
올해는 라디오 작가 스페셜이라도 할 모양. 강세형, 김성원 작가에 이어 이병률 작가까지.
travel notes라 하여, 산문집이라 하여, 여행책 정도라 생각했는데..먼 곳에 있어도 그리워하게 되는 사람과 사랑 이야기.
수많은 여행 에세이에서도 그랬고 습관처럼 떠다니던 나 역시 그랬듯, 여행은 사랑 때문에 시작된다.
사랑하는 사람과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 그리고 사랑했던 사람을 잊기 위해서.
마음을 울리는 글귀가 군데군데 많았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부분은 피렌체의 어느 다리에서 키스를 나누는 연인 사진과 함께 실려있던 열여덟 번째 이야기.
사랑해라. 시간이 없다.
사랑을 자꾸 벽에다가 걸어두지만 말고 만지고, 입고 그리고 얼굴에 문대라.
..(중략)..
무엇 때문에 난 사랑하지 못하는가, 하고 생각하지 마라.
그건 당신이 사랑을 '누구나, 언제나 하는 흔한 것' 가운데 하나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사랑해라,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잃어온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다.
사랑하고 있을 때만 당신은 비로소 당신이며, 아름다운 사람이다
.
사람들은 불친절한데다 덥고 짜증스러웠던 기억만 가득했던 이탈리아였는데,
이 작가에게 이탈리아, 특히 베니스는 사랑하며 상처를 치유하는 곳.
요즘 들어 뜻하지 않게 불쑥불쑥 이탈리아에 가고 싶어지는 충동에 이 책도 일조하게 된 셈이다.

2011년 04월 29일 21:19

6. 여자생활백서 / 안은영
홍대 북카페에서 늘어진 일요일 오후.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읽다가 잠시 머리도 식힐 겸 카페 책장에서 제일 가벼워 보이는 책으로.
그렇고 그런 처세술. 그렇지만 일면 동감할 수 밖에 없는 조언들.
그리고 여자들에게 최적화된 에피소드들.
사랑해도 외롭다는 걸 잊지 말라. 먹어도 안 찌는 체질이라는 말을 믿지 말라. 명품 못 산다고 짝퉁은 사지 말라.
은행 직원의 말을 다 믿지 말라. 하루 한 번 경제 기사를 읽어라. 30대에 재산세를 내는 즐거운 상상을 하라.
모두에게 베스트 프렌드가 되려고 하지 말라. 지인들의 경조사는 무조건 챙겨라. 먼저 여자에게 사랑 받아라.
여행 가방은 최대한 가볍게,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준비하라.
가끔은 너무 당연한 것들도 눈으로 확인해서 환기시켜야 할 때가 있다.
재산세를 내는 것은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고,
결혼을 하고 보니 그간 지인들의 경조사를 가볍게 생각했던 것이 후회스럽다.
공항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던 20대, 30대 기혼자가 되고 보니 그때 그렇게 열심히 다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류의 처세술이나 생활백서 책들은 많으니까 굳이 이 책 자체를 추천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당연한 것들이 당연한지 한 번 생각해보면 좋겠다.

2011년 05월 22일 18:34

7.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 장은진
군대 간 09학번 후배에게 결혼 선물로 받은 책.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군대 가니 아무도 편지하지 않더라 그러니 선배라도 편지 좀 써달라' 뭐 그런 의미심장한 선물인가..
일단 읽어봐야 편지를 쓰던 말던 하지 싶어서 서둘러 읽기 시작한 책.
0이라는 남자가 앞을 못보는 맹인 안내견과 전국을 여행하며 만나는 사람들 이야기.
그리고 매일 모텔로 돌아와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일기처럼 쓰는 편지, 그 답장을 기다리는 0.
편지를 받을 사람이 있고 또 답장을 보내줄 사람이 있다면, 생은 견딜 수 있는 것이다.
그게 단 한 사람뿐이라 하더라도.
'사람은 누구나 혼자'라고 하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 받고 있다고 말하는 것 같은 소설. 
결국..모두가 편지해주는 것처럼. 

2011년 06월 25일 19:51

8. 빅 픽처 / 더글라스 케네디
킬링 타임용으로 좋은 책이면서 흡인력도 강한 책. 
손에 잡자마자 이틀 만에 다 읽어버렸다. 출근하지 않았다면 하루 만에 끝낼 수도 있었겠다.
사진가가 되고 싶었지만 파우스트의 계약으로 변호사가 되고,
가족이 생기면서 본인의 꿈을 접어둔 채 지루한 일상을 사는 평범한 중산층 남자 이야기..에서 스릴러로 장르 변환.
살인을 저지르고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그토록 원했던 사진가로 살 수 있었던 벤처럼,
묻어둔 꿈을 꺼내기 위해서는 그만한 고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지도.
공간을 채우고, 시간을 채울 것을 계속 찾아가는 과정이 축적되면 인생이 되는게 아닐까.
그 과정을 축적하는 것은 결국 자기자신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의 용기가 부족함을 벤처럼 베스처럼 가족 탓, 심지어 남 탓을 하고 산다. 어리석게도.
현재의 처지를 싫어하면, 결국 모든 걸 잃게 돼. 모든 걸 잃게 된다면 아마 필사적으로 되찾고 싶을거야.

그나저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다 알 수 있는 날이 오기는 할까.
스물세 가지 가운데 세네 가지를 읽고 그 사이 머리를 식힌다는 핑계로 소설책을 한 권씩 읽고 있다.
아직도 그들이 말하지 않은 것들이 여섯 가지나 남았다.

2011년 07월 05일 02:23

9. 위험한 관계 / 더글라스 케네디
컴플렉스 덩어리인 남자가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진심'이라며 매달린 남자를 여자는 믿어보기로 한다.
남자의 연애 놀음에 장단도 좀 맞춰줬더랬다.
그랬더니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남자. 주제 넘게도.
<위험한 관계>도 비슷하다.
컴플렉스도 심하고 책임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데다 비열하기까지한 남자가 모든 것을 망쳐버리는 이야기.
그나저나 이 작가, 불륜이나 외도에 트라우마라도 있는 모양.
전작 <빅 픽처>에서는 아내가 길 건너 사진가와, 이번 작품에서는 남편이 돈 많은 이혼녀와.
작가의 글이 흡인력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불륜·외도·양다리..생각만해도 역겨운 상황이 지난 작품에서도 이번 작품에서도 계속되고 있는 건 아무래도 불편하다.

2011년 07월 19일 21:51

10. 어떤 날 그녀들이 / 임경선
연애소설. 여자들의 연애소설. 여자 어른들의 연애소설.
고등학생 때도 읽지 않았던 연애소설을 나이 서른에 읽기 시작했다.
그것도 유부녀가 되어서.
"결혼과 연애는 각각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어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것"이라고 말하는 나지만,
어떤 날 '그녀들'의 연애는 내가 싫어하는 연애의 합집합 수준.
세컨드로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여자, 사내 비밀 연애에 뒷통수 맞은 여자, 일에 미쳐서 연애를 할 수 없는 여자 등등.
연애소설인데 아주 보통의 상황에서 괜찮고 무난하고 남자와 여자가 만난 이야기는 재미없지 않겠냐고?
괜찮고 무난한 남자와 여자가 만났더라도, 두 사람이 함께 보내는 시간은 결코 괜찮지도 않고 무난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녀들처럼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연애는 충분히 피곤한거니까.

2011년 08월 14일 12:01

11.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장하준
이른 봄부터 읽기 시작해서 한여름이 되어서야 완독한 책.
그런데 후기를 이제야 쓰다니, 읽는 속도만큼이나 더디다.
아니, 최근 월스트리트 99% 시위가 없었다면 아예 쓸 생각도 못하고 있었을거다.
경제학의 95%는 상식을 복잡하게 만든 것이다.
나머지 5%도 아주 전문적인 부분까지는 아니지만 거기에 숨은 근본 논리는 쉬운 말로 설명 가능하다
장하준 교수의 서론과는 달리 이 책도 경제학 서적이라 여전히 내게는 어렵고 무겁다.
그래도 중고등학교 때 '큰 정부-작은 정부', '복지 국가-야경 국가' 못들어본 사람은 없지 않을까.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경제 교과서에서는 계획 경제나 정부 개입을 꽤나 부정적으로 다루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때는 자유주의 시장경제가 '파이를 키워서 다 같이 부유해지는' 사회를 만들어 준다는 교과서를 믿었다.
그런데 짧지만 30년을 살아보니 그런 사회는 없었다.
이 책을 읽는다고 경제 시스템이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든다고 우리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챕터를 읽고 나면 속은 후련해지니까.

2011년 10월 27일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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