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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well travelled
집을 나설 때. 현관문이 잠기는 전자음을 듣고 현관문 손잡이를 두 번 당겨본다. 의심 많은 성격에 문이 잠겼는지 확인하면서 한 번. 오늘 이 집에 다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다짐하며 또 한 번. 퇴근 길 '오늘도 무사히 집에 돌아왔구나' 생각할 수 있게- 그런데 어제 아침은 바쁜 마음에 현관문 손잡이를 당겨보지 못했다. 그래서였을까.. 신종플루 예방 접종 맞으러 가다 회사 계단에서 발을 헛딛여서 제대로 굴렀다. 덕분에 피를 한 움큼 쏟고 응급실행. 지혈도 제대로 안해서 계속 피가 쏟아지는데 3시간을 눕혀놓고 누구 하나 들여다볼 생각을 안한다. ER이라며.. 간신히 의식을 차렸는데 파상풍 검사에 피 한 번 뽑으면서 바늘 하나를 제대로 못 꽂는 PK. '그래 너도 하나의 의사가 되려면 마루타가 필요하..
비엔나에서 2시간 정도를 차로 달려 도착한 작은 시골 마을의 구글링으로 찾은 사진. 파란 하늘과 원색의 성당 건물, 금색 구뽈이 어루러진 성 바바라 성당의 모습-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이어야 할 성당인데, 오스트리아 초겨울 날씨는 파란 하늘과 따뜻한 햇빛을 허락하지 않았다. 성당 파사드 옆 면에 타일 모자이크로 제작된 십자가와 기도하는 사람- 훈데르트 바서는 비비드 컬러를 다양하게 사용했지만, 유독 그의 녹색에는 사람을 치유하는 힘 같은 것이 있다. 한국에서는 녹색이라면 경기를 일으킬 지경이지만 오스트리아라는 물리적 거리의 힘인지, 훈데르트 바서라는 작가의 힘인지, 그의 작품 가운데 녹색에 자꾸만 눈이 간다. 성당 내부로 들어가기 전, 성 바바라 성당 주변으로 난 십자가의 길을 걸었다. 기독교 신자가 아니..
며칠 전 동생이 홍콩 여행에서 돌아오던 날 살짝 마음 상하는 일이 있었다. 홍콩 여행에서 챙겨온 온갖 사람들 선물 중에 누나 것만 쏙 빠진 사건. 나도 일 년에 네댓번씩 해외에 나가는 사람이라 딱히 필요하거나 가지고 싶은 건 없지만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만큼 이 사람 저 사람 선물은 다 챙겨와 놓고 이민 가방만 한 캐리어에 누나 초콜릿 하나 넣을 자리가 없었다는 변명이 못내 서운했다. 선물 받고 좋아할 녀석을 생각하면서 뉴욕 마크 제이콥스에서 아픈 몸으로 한참 동안 티셔츠를 골랐던 내가 바보 같기도 했고. 그래도 핏줄인지라.. 어제 새벽 5시에 잠옷 차림으로 배웅 나와준 녀석을 보면서 마음이 조금 풀리긴 했는데.. 오늘 문자 한 통에 마음이 완전히 풀어졌다. 한동안 업무에 치이고, 어제 영하의 기온에..
대전 부모님 댁 안방 욕실로 연결되는 작은 드레스룸에는 엄마의 화장대가 있다. 화장대라고 이름 붙이기 미안할 정도로..초라한 화장대. 아이크림, 영양크림 같은 기능성 화장품은 고사하고, 스킨도 하나 없다. 내가 언제 선물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비비크림과 동생이 두고간 선크림 하나. 여행용 파우치에는 샘플만 잔뜩이고, 평소에 엄마는 뭘 바르는지..아니 여기서 바를 수 있는 게 있기는 한지 모르겠다. 내가 초등학생 때 선물한 별자리 코롱은 이사할 때마다 들고 왔을까. 이미 향도 다 날아갔을텐데.. 손톱이 자주 깨진대서 사다 준 투명 매니큐어는 내가 발라준 이후로 열어보지도 않았을 거면서 화장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뭐가 필요한지 확인해보려고 사진을 찍었는데 있는게 없으니 보고 말 것도 없다. 마음이 ..
훈데르트 바서 투어의 첫 방문지는 이름만으로는 작가의 생가인가 하겠으나 훈데르트 바서 하우스는 비엔나시의 시영 아파트다. 오스트리아의 시영 아파트는 우리나라의 임대 아파트와 비슷하지만 비슷하지 않은 주택제도. 아파트 소유권이 시 또는 국가에 있고, 개인에게 임대해주는 것은 우리나라 제도와 비슷하다. 다른 점은, 가족의 구성원 수에 해당되는 면적의 아파트를 임대할 수 있다는 점. 혼자 살던 사람이 결혼을 해서 2인 가정이 되면 더 큰 면적의 아파트를 신청할 수 있고, 아이가 태어나면 더 큰 아파트, 아이가 또 태어나면 더 큰 아파트를 신청해서 임대할 수 있다. 그리고 시영 아파트의 임대권은 상속 가능하기 때문에 대대손손 같은 집에서 살 수도 있다고. 또한 대부분의 아파트가 시영이라는 것과, 같은 건물, 같..
[Prologue] 생각지 못했던 오스트리아 출장. 기껏 출장이래도 일본이나 왔다갔다 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유럽 출장은 믿기지 않는 기회다. 오스트리아, 유럽 배낭여행을 하며 스치듯 여행한 것이 벌써 10년 전. 훈데르트 바서의 작품들도, 유럽에서는 보기 드문 블루마우 온천도, 일면식 없는 동행자들도. 모두 나를 기대하게 만든 설레는 출장. [항공일정] Depart Arrive 인천 / Incheon Intl Arpt (ICN) 13:40 09 Nov 비엔나 / Vienna Intl Aprt (VIE) 17:20 09 Nov 비엔나 / Vienna Intl Aprt (VIE) 18:45 13 Nov 취리히 / Zurich Intl Arpt (ZRH) 20:05 13 Nov 취리히 / Zurich Int..
Daum이 미디어후원하는 HUNDERT WASSER의 한국 전시 정식 일정 전에 팝업 스토어 관람 및 기자간담회 건으로 초청받아서 가게 된 압구정 CGV 팝업 스토어,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단순한 기프트 샵과는 다른 개념의 문화-브랜드 접점이다. 이번 시네 드 쉐프 팝업 스토어는 문화-영화-음식을 CGV 브랜드에 적절히 잘 얹어놓은 그림. 일시적이라는 이유로 적당히 대충대충 준비한 팝업 스토어들의 잔영 때문에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훈데르트 바서 팝업 스토어는 전체적 구성과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인테리어에까지 세심하게 반영했다. 작품 미니어처 몇 개 걸고 작품 확대 복사한 시트지나 벽면에 붙여놓은 팝업 스토어와는 사뭇 다르다. 훈데르트 바서의 대표적인 작품 을 설명하고 있는 분은 이번 기획전 큐레이터 SU..
작년에는 바빠서 참여하지 못했던 신생아 살리기 모자뜨기. 올해에는 서둘러서 season4 패키지 구매- GS e-Shop에서 판매하는 신생아 살리기 모자뜨기 패키지 박스. 후원 내용에 대한 설명서, 모자 반송 봉투, 대바늘, 돗바늘, 미니모자 배지와 함께 제일 중요한 뜨개실 두 타래. 그런데 실 색깔이..이 촌스러운 분홍색은 뭐지.. 제일 먼저 80개 코 뜨기. 겉뜨기 12번 반복으로 가터뜨기 12줄. 지그재그 무늬나 꽈배기는 너무 고난이도 기술이라 실 색만 바꿔서 메리야스 뜨기 12줄씩 3번 반복해서 36줄. 맨 윗부분은 80코를 40코로, 다시 20코로 줄이기. 모자 정수리 부분을 돗바늘로 모아서 양쪽 끝을 감침질하면 모자 완성! 방울도 달아보려고 했지만 동그랗게 다듬기에 두 번이나 실패하고 나서 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