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well travelled

세상에서 가장 헤어나기 힘든 여행 중독.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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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헤어나기 힘든 여행 중독.

あかいいと 2009. 9. 1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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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왜 여행을 가는가?'에 대해 나에게 묻지 않게 되었다.
언젠가부터는 습관처럼 떠나는 여행.
나는 그렇게 여행 중독자가 되어 가고 있다.

문득 올해의 마지막 여행이 될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왜?'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간다는 건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지구는 시속 1669km로 돌아가고 있지만, 나는 전혀 짜릿하지도 않고 어지럽지도 않았어.
그래서 길을 떠나기로 한거야.
- 최갑수 Travel Records '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km'

그처럼 아찔하고 짜릿하고 어지러운 경험을 원해서 떠나는 것은 아니지만,
타성에 젖어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고 일탈을 망설이기만 하는 사람과는 다른 그 결심을 이해할 수 있기에.
 

나에게 여행은, "마음 아프지 않아도 되는 시간"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아도 되고, 상처 받고 아파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확인해야 할 수백통의 메일도, 토해내야 할 기획서의 압박도 없는 시간.
대출 이자, 금융 상품 수익률과 같은 지극히 현실적인 숫자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시간.
 
익숙한 곳이건 익숙하지 않은 곳이건,
여행지에서 눈뜨는 아침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가득찬 TV로 시작되고,
점심은 어디에서 먹어야 할지, 몇번 버스를 어디에서 타야 할지, 
내 눈에 얼마나 많은 것을 담을지에 대한 고민만으로도 하루가 빠듯해서 마음 아플 겨를이 없는 시간.


나에게 여행은, "새로운 공기와 모르는 사람들로 뻐근해지는 마음"

88 올림픽 때 서울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받은 도움을 돌려주는 것이라며 복잡한 도쿄의 지하철에서 손내밀어준 일본 할머니.
서울 출장을 자주 다녀서 압구정 삼원가든 불고기를 제일 좋아한다며 한국 이야기를 늘어놓은 스페인에서 만난 영국 아저씨.
한국은 새벽까지 근무해도 야근 수당이 없는 회사가 대부분이라는 말에 "leave the country"를 외치던 열혈 이탈리아 동생들.

영어도, 프랑스어도, 일본어도 완벽하지 않지만,
단지 소통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말로 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지친 마음을 다시 세울 수 있게 만들어주는 그들의 에너지.


그래서 오늘도 나는 길을 떠나기로 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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