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유럽여행 (14)
Life well travelled
유럽의 어시장 근처에는 오이스터 바처럼 날것을 파는 음식점들이 많고 조리를 잘 하는 곳은 찾기가 쉽지 않다. 회를 제외하고 안 익힌 해산물, 특히나 어패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피시 마켓 근처의 음식점들이 별로 반갑지 않은데, 브뤼헤에 살면서 가끔 특별한 날 가본다는 현지 아주머니의 추천으로 선택한 너무 어두운 탓에 사진은 없지만 낚싯줄에 매달린 큰 생선 모형이 한눈에 보여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곳. 40년 된 노포라기엔 깔끔하고 모던한 내부. 입구가 0.5층, 다인석 테이블과 큰 수족관이 있는 1층, 2인 테이블로 조금 더 프라이빗한 공간의 느낌이 나는 1.5층, 참 독특하고 희한한 구조. 벨기에는 조금 괜찮다 싶은 레스토랑에 가면 직접 맥주를 제조해서 파는데, 그 집만의 스토리와 그곳..
지역에서 수급한 제철 재료로 요리하기 때문에 종이 한 장짜리 메뉴도 안 주는 자연주의 레스토랑 메뉴는 물론이고 간판도 없어서 찾아가기가 만만치 않지만, 레스토랑 앞에 도착하면 "와아" 감탄이 터지는 전망을 보여주는 곳. 호텔 컨시어지에 요청해 몇 번이나 예약을 시도했는데 전화를 받지 않아 산책 겸 지나가던 길에 불쑥 들렀더니 너무 바빠서 전화를 잘 못 받는답니다. 이날 저녁 예약은 당연히 꽉 찼고, 다음날 점심에 테이블 하나 가능하다길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예약! 그리하여 다음날 다시 찾은 레스토랑, 그리고 여전히 바쁜 매니저 아저씨. 점심은 메인 디시 18.00 EUR, 에피타이저와 메인 디시 30.00 EUR, 에피타이저, 메인 디시와 디저트까지 3코스 모두는 40.00 EUR. 음료 주문 정도만 ..
스테이크에 대만족하고 마레 지구에 있는 또 다른 미슐랭 Bib Gourmand*을 찾다가 발견한 레스토랑 파리 12구에 본인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 의 셰프 William Pradeleix가 만든 자연주의 비스트로다. 상점들이 몰려있는 마레 지구의 메인 스트리트와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그래서 더 한산하고 조용하게 식사할 수 있는 곳. 유명 셰프들의 세컨 레스토랑 트렌드인 것인가, 이곳도 창가와 바를 포함 20~25명 자리가 전부. 테이블과 창가 자리까지 모두 예약이 끝났대서 포기할까 하다가, 암스테르담 때처럼 늦은 예약이 있으면 그때까지 자리를 비워주는 조건으로 바 자리 예약 성공.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테이블에 앉기보다 바에 앉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왜냐하면 셰프가 요리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고,..
페란 아드리아, 피에르 가니에르 같은 세계적인 셰프의 주방에서 요리를 배우고, 을 오픈한지 2년 만에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에 이름을 올린 81년생 천재 셰프 Akrame Benallal의 세 번째 레스토랑 저탄고지 식단으로 본의 아니게 육식주의자가 되어버려서 스테이크 잘하는 곳을 찾던 중에 발견한 보석 같은 레스토랑. 밖에서 보기에도 작았는데, 레스토랑 절반을 그릴과 주방이 차지하고 있어서 테이블은 딱 열 개. 스무 명밖에 들어갈 수 없다보니 미슐랭에서도 "예약 콘테스트가 일어나는 곳"이라고 할 정도. 스테이크집이 미슐랭 Bib Gourmand*이라서 의아했는데, 맙소사 단품도 아니고 스타터, 스테이크와 감자 요리, 디저트 코스 메뉴가 39.00 EUR. 아크람 셰프에게 절을 하고 싶구나. 어떤 고기,..
프랑스에서 공부하면서 사는 동안 먹을 치즈의 절반은 먹은 것 같고, 그래서 치즈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나라는 프랑스. 때문에 큰 기대 없이 테이스팅이나 할까 해서 지나는 길에 들러본 그런데 이 가게, 둘러보니 치즈가 한 종류 뿐이다. 한국에서 고다 치즈라 부르고 이곳에서 하우다 치즈라고 부르는 Gouda. 페스토, 파프리카, 와사비, 루콜라 등 다양한 맛이 첨가된 치즈가 있지만, 그 역시 고다 치즈. 어떻게 한 종류의 치즈로 매장을 가득 채울 수 있을까. 자세히 살펴보면 숙성 기간에 따라 치즈 중간에 둘러 있는 띠의 색이 다르다. 짧게는 4개월부터 길게는 36개월까지. 270/480/960 gram으로 잘라 팔고, 자르지 않은 홀 치즈는 16kg. 그리고 더 자세히 살펴보니 고다 치즈 외에 고트 ..
호텔 컨시어지에서 일하는 젊은 친구와 암스테르담의 마이크로 브루어리 얘기를 하다가 개인적으로 꼭 추천해주고 싶다고 해서 찾아 가본 잔세스칸스까지 가지 않고 암스테르담 시내에서 풍차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De Gooyer(드 후이어) 풍차는 네덜란드에서 제일 높이가 높은 목조 풍차인데, 일반인에게 개방하지 않아서 들어가 볼 수는 없다. 그래도 500년 된 풍차 옆 브루어리라니, 맥주에 취하기 전에 운치에 취하게 생겼네. 이제 겨우 오후 3시, 따뜻한 날씨가 아님에도 노천 테이블에 빈자리 하나 없을 만큼 사람들이 많다. 실내는 말할 것도 없고. 오랜 기다림과 갖은 고생 끝에 주문한 Plzen 한 잔은 2.8 EUR. 앉을 자리는 고사하고 스탠딩 테이블에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서 결국 브루어리 기념품 ..
Rijks Museum(레이크스 뮤지엄/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 네덜란드의 오랜 역사를 보여주는 미술관의 영향을 받아, 고유하고 진정성 있는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공언. 그 짤막하지만 묵직한 철학 덕분일까. 2014년 11월 오픈 이후 4년도 안 되어서 2017년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에 리스팅되었다. 위치는 미술관에서 그 유명한 Iamsterdam 조형물로 가는 길의 오른편 별관, 미술관 내부에 있는 카페와 헷갈리지 말 것. 미술관 옆 레스토랑이어서 아주 고전적일 거라는 예상을 엎고, 모던함의 끝을 보여주는 내부 인테리어. 모든 직원이 청바지에 흰 셔츠를 입고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 더 신선하다. 단 한 명, 영화배우처럼 생긴 슈트 차림의 남자가 와서 말을 건넨다면, 그 사람이 ..
Gebr.는 Gebroeders의 줄임말로 영어로는 Bros., Paul Hartering, Niek Hartering 형제가 하는 레스토랑 그런데 예약이 정말 해도 너무하게 어려워서, 혹시 조금 늦은 시간에 예약된 테이블이 있는지 물어보고 그 시간 전에 비워주는 조건으로 겨우 예약 성공. 제대로 된 홈페이지도 없는 레스토랑에 예약이 이렇게 어려운 건 현지인들이 많다는 뜻, 그렇게 생각하니 더 가보고 싶어졌다. 레스토랑에 손님 테이블이 딱 이만큼인데, 그보다 더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오픈 키친. 시간 내에 테이블을 비워줘야 해서 아쉽게도 와인 패어링 대신 필스너 한 잔으로 만족. 빵 맛이 독특해서 레스토랑에서 직접 빵을 굽는지 물었더니, 예전에는 레스토랑 안에서 직접 굽다가 지금은 본인들의 레시피로..
플라망어-벨기에 북부 지역에서 사용되는 네덜란드어-로 프랑스의 도시 'Lille(릴)'을 뜻하는 레스토랑 이름처럼 플랑드르 풍의 프렌치 레스토랑 플랑드르 풍의 프렌치라니 들어도 모르겠지만, 저녁 9시 반 테이블도 며칠 전에 간신히 잡았을 만큼 예약 전쟁이 벌어지는 핫한 레스토랑이니까 일단 가서 먹어보기로. 오픈 키친이 대세이긴 해도 이렇게 경계 없는 오픈 키친이라니. 사진에서 앞 테이블 사람이 가린 오븐에 닭이 몇 마리 돌아가고 있는지까지 훤히 다 보인다. 식사하는 테이블 바로 옆, 손 닿을 거리에 술이며 커피 머신이 있으니 셀프 서빙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 식전빵과 함께 소시송을 내주는데 이건 또 왜 이렇게 맛있고 난리. 소시송은 어김없이 맥주를 부르고. 아뮤즈 부쉬는 생선 요리였는데, 아무리 천천..
암스테르담에서 세상 핫하다는 마이크로 브루어리, 하지만 규모가 워낙 작아서 현지인에게도 생소하다는 편의상 한글로 브루어리라고 적었는데, 네덜란드어로는 이라고 발음하니 찾아가실 때 참고하시길. 암스테르담 중앙역 근처라 위치가 좋다고 생각했건만, 막상 구글맵을 켜고 찾아가 보니 엄한 분위기의 홍등가와 들쩍지근한 마리화나 냄새가 진동하는 거리를 지나 어디 이런 골목에 브루어리가 있을까 싶은데 여기 있네? 좁고 어두컴컴한 골목 안에 이렇게 밝고 활기찬 펍이라니. 사람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들고, 앉을 자리가 없어도 벽에 기대서서 마시는 사람들로 북적북적. 내가 자리에 앉아 Pils 한 잔을 비우는 동안, 족히 백 잔은 될 것 같은 맥주를 뽑아내는 아저씨는 탭 장인. 메뉴는 이렇게. 예전엔 암스테르담 출신의 유명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