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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simplog

휴대폰이 연애를 망친다

あかいいと 2010. 2. 15.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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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복도 건너편에 앉은 어린(?) 남학생의 통화 내용을 본의 아니게 듣게 되었다.

내용인 즉슨, 남자가 전화를 걸었고 여자가 전화를 받지 못했다.
다시 전화를 건 여자는 "전화를 받자마자 끊어졌다"고 말했고,
남자는 "내가 소리샘 넘어간다는 메세지까지 듣고 끊었는데 무슨 전화를 받았다는거냐"는 내용이었다.

간혹 이렇게 휴대폰 때문에 싸우는 커플들을 보게 된다. 아니 자주.
'문자를 보냈는데 왜 답문을 안보내냐' 때로는 답문의 개수로 싸우는 커플도..
'전화는 왜 꺼두었냐', '주변이 왜 이렇게 소란스럽냐' 등등.
대체 이들에게 휴대폰 없는 연애가 가능하긴 한걸까.

휴대폰이 없었던 시절의 나는 연애를 하기에는 어렸던 나이라
당시의 연애가 어땠는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지금처럼 휴대폰으로 연락이 불가능했던 그때에는,
친구 집에 전화 거는 시간도 조심스러웠고,
일단 약속을 정하고 집을 나서면 약속 시간을 늦추거나 장소 변경이 힘들었기 때문에
그만큼 더 약속을 정하는 일에 신중했다.
불쾌한 방해도 없고 상대방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 그때는 그랬다.

사실 최근에서야 급하고 중요한 업무로 회사에서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휴대폰에 조금 신경쓰고는 있지만,
본래 나는 휴대폰에 무심한 편이다.
특히 책을 읽거나, 반신욕을 할 때 두어시간 씩은 휴대폰의 행방에 대한 생각을 내려놓거나 완전히 꺼두기도 하며,
이외의 시간에도 내 휴대폰은 항상 진동이어서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있을 때가 더 많다.
(벨소리도 소음이라는 생각. 내 휴대폰들은 단 한순간도 벨소리였던 적이 없고 지금 아이폰도 진동 모드)

그래서인지 나는 휴대폰에 집착하는 연애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지만 이해할 수는 없다.
심지어 러닝 타임 100분 남짓한 영화를 보는 동안에도 몇 번이고 답문을 보내야 하는 연애가 행복할까.
오롯이 본인에게만 집중하고 스스로를 성장시킬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없다면,
그런 사람의 연애 역시 조금도 성장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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