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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홍길동

あかいいと 2011. 4. 17.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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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과 주말 식사를 마치고 서울에 올라온 엄마 보러 구리에서 성수동 가던 길.
시댁 아파트 단지 후문에서 우회전하는 순간 뒤에서 '쿵'

분명 횡단보도도 빨간불. 신호 기다리는 사람들도 확인하고 2차로도 아닌 1차로로 진입했는데.
후방 거울을 보니 초등학생 여자 아이가 넘어져있다.
횡단보도 빨간 불 켜진 상황에 도로로 튀어나온 아이는
처음에는 연신 "죄송합니다"하더니 다치지 않았다며 부모님 연락처는 알려주지 않고 신랑 명함만 가지고 바람같이 사라졌다.
초등학교 5학년생이었다니 본인이 잘못했다는 걸 알 정도의 사리분별은 있어보였다.
놀란 마음에 못챙긴 목격자 진술 확보, 목격자 전화번호 확인, 사고 현장과 차 사진 촬영, 보험 회사에 사고 접수까지 마쳤다.
할 만큼 했고 애는 찰과상 하나 없었던데다 내 잘못도 아니어서 발 뻗고 자나 했더니..





아침 7시에 아이 집에서 전화가 왔다.
아이 엄마하고 통화할 때는 보험 처리하는 걸로 얘기가 됐나 했더니 우리 차 보상 얘기가 나오니 아이 아빠가 이성을 잃더라.
경찰에 신고를 하시겠다며..
좋게 좋게 해결하려했는데 경찰 들먹거리길래 내가 먼저 신고하자 싶어 경찰서를 갔는데..

피해자였던 내가. 차를 들이받힌 내가. 피해자가 아닌 (그렇다고 가해자도 아닌) 상황으로 반전.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도 차라서,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면 안되고,
더욱이 빨간불일 때 자전거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은 명백히 신호위반으로 불법!!
그런데 운전자가 '초딩(만 14세 미만)'인 것이 문제.
자전거 운전자는 가해자이나 초딩은 가해자가 될 수 없고, 나는 피해자이나 초딩을 상대로 피해자가 될 수 없는 그런 이야기.
피해자를 피해자가 부르지 못하고, 가해자를 가해자라 부르지 못해서
아이 치료비(별로 다친 데는 없지만)도 내가, 내 차 수리비도 내가 내야 하는..그런 슬픈 이야기.

하긴..만 14세 미만이면 살인을 해도 처벌을 못하는데..
우리나라는 만 14세 국민이 왕.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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