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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준비해야 합니다

あかいいと 2011. 10. 1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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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스러져갑니다.
다만 며칠이라도 이별을 준비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좋아하는 술은 소주, 즐겨피우던 담배는 장미, 가을에는 꼭 전어회를 찾던 당신.
일요일에는 전국노래자랑을 챙겨봐야 하고, 끝끝내 주완이라 부르지 않은 정식이가 나오는 드라마를 보는 낙으로 살던 당신.
최서방이 인사 가던 날, 훤칠하고 잘 생긴 신랑감을 데리고 왔다고 기분이 좋아져서 소주를 두 잔이나 드시던 당신.

그런 당신과의 이별을 준비해야 합니다.


나를 키워준 당신의 손.
혈관조차 찾을 수 없어서 링거도 간신히 꽂아놓은 거칠하고 앙상한 손.
최서방이 내 손은 당신 손을 닮았다고 합니다.
거칠하고 주름이 많은 못생긴 손을 항상 부끄러워했는데, 내 손이..정말 당신 손을 닮았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못생긴 내 두 손이 부끄럽지 않아 보입니다.



서울로 돌아간다니 침대에 누워 서럽게 울던 당신이 자꾸만 눈에 밟혔습니다.
병원 시설이 깨끗하고 간호사들이 친절하다지만
하루 24시간을 병원 침대에 누워 가족들만 기다리는 당신 마음을 생각하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다시 구포역으로 돌아옵니다.
마지막이 아니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나는 아직 당신을 떠나보낼 준비를 마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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