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well travelled
[발리/사누르/한식] Warung Ssam/와룽 쌈 본문
한식이 몹시도 땡기던 날이었지. 사누르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한식당에서 양념돼지갈비로 낭패를 보고, '이대로 호텔로 돌아갈 순 없다. 2차 가자!' 해서 찾아간 <Warung Ssam(와룽 쌈)>. 남의 집 돼지갈비 분풀이로 갔는데, 사누르 최애 한식당이 되어 2주 동안 다섯 번 재방문.
Warung은 한국으로 치면 간이음식점. 인도네시아 친구들한테 Warung과 Restoran의 차이를 물어보면, 벽이 있네 없네 가격이 얼마정도 차이가 나네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여긴 누가 봐도 와룽 그 자체.
기본 찬은 무채, 김치, 가지튀김.
그래도 1차로 돼지갈비를 그렇게 먹고 왔으니 간단히 김밥에 떡볶이만 먹으려고 했는데, 너무 맛있더라고요? 그래서 뭘 하나 더 먹어봐야겠다 싶어서 바지락 칼국수 추가. 국물이 어찌나 시원한지 일부러 술을 한잔이라도 마시고 해장을 해줘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 메뉴 이름이 바지락 "칼국수"인데 면이 칼국수 비스므레하지도 않아서 약간 실망하려다가..이 노란 중면이면 여기 짜장면 맛있겠다.
그래서 다시 간 날은 짜장면에 탕수육. 노란 중면에 오이채 올린 짜장면은 예상대로 맛있고, 어릴 적 동네 중국집에서 먹었던 그 맛. 짜장면보다 더 놀랐던 탕수육. 고기는 약간 부실해도 꿔바로우처럼 쫀득쫀득한 식감과 과하지 않은 소스, 그리고 그 소스를 미리 부어서 나오는데도 마지막까지 눅눅해지지 않는 튀김이 대박.
갈 때마다 짜장면과 탕수육앓이를 하는 바람에 정작 한식 메뉴는 고추장 돼지고기구이, 해물 순두부찌개, 갈치구이+된장찌개 세트, 떡만둣국, 김치전 정도. 간이 세거나 과한 음식이 없어서 한 끼에 메뉴 네댓 개도 거뜬.
인도네시아에 살고 있는 나에게는 한식이 특식이자 별식이라서, 발리 지역마다 잘하는 한식집 한 군데씩은 꼭 개발하는데, 누사두아는 Koki(꼬끼), 스미냑은 Chi B Chips(치 비 칩스), 사누르는 여기로 정했다. 이 한식당들의 공통점은 사장님이 상주하면서 음식을 체크하신다는 점, 치비칩스는 심지어 사장님이 직접 요리하시는 곳. 그래서인지 집밥처럼 음식의 간이 세지 않은 편.
돼지갈비로 낭패를 본 대형 한식당은 슈가보이 백 선생이 명함도 못 내밀만큼 양념이 달고, 발리의 한식 재료 가격을 고려해도 너무 비싼 음식값. 가이드가 데려다주는 대로 오는 신혼 여행객, 가족 여행객이 많았는데, 사누르 여행 계획이 있다면 그 식당보다는 와룽 쌈을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