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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well travelled
엄마의 화장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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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부모님 댁 안방 욕실로 연결되는 작은 드레스룸에는 엄마의 화장대가 있다.
화장대라고 이름 붙이기 미안할 정도로..초라한 화장대.
아이크림, 영양크림 같은 기능성 화장품은 고사하고, 스킨도 하나 없다.
내가 언제 선물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비비크림과 동생이 두고간 선크림 하나.
여행용 파우치에는 샘플만 잔뜩이고,
평소에 엄마는 뭘 바르는지..아니 여기서 바를 수 있는 게 있기는 한지 모르겠다.
내가 초등학생 때 선물한 별자리 코롱은 이사할 때마다 들고 왔을까. 이미 향도 다 날아갔을텐데..
손톱이 자주 깨진대서 사다 준 투명 매니큐어는
내가 발라준 이후로 열어보지도 않았을 거면서 화장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뭐가 필요한지 확인해보려고 사진을 찍었는데 있는게 없으니 보고 말 것도 없다.
마음이 아프다..
보고만 있어도..지금 다시 봐도..마음이 아프다..
내 마음 같아서는 없는 화장품을 한꺼번에 다 선물하고 싶었는데
그러면 딸에게 뭔가 들켜버린 듯해서 엄마가 창피할까봐..백화점에 들러 스킨 하나를 골랐다.
평소라면 이것저것 비교도 해봤을텐데
엄마가 평소 좋아하는 브랜드에 제일 좋은 제품 라인으로 가격도 물어보지 않고.
생일 축하 자리에서 선물을 받은 엄마가 기뻐하는 모습에도 다시 가슴이 아렸다.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어서, 그 모습이 눈에 보여서 마음이 아팠다.
예랑에게 받은 선물이라고 스킨을 화장대가 아닌 거실 서랍장에 두는 우리 엄마.
숨 쉴 틈 없이 바빠도, 그래서 자주 찾아가지 못해도, 앞으로는 무심하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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