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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

あかいいと 2011. 1. 8.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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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설 때.
현관문이 잠기는 전자음을 듣고
현관문 손잡이를 두 번 당겨본다.

의심 많은 성격에 문이 잠겼는지 확인하면서 한 번.
오늘 이 집에 다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다짐하며 또 한 번.
퇴근 길 '오늘도 무사히 집에 돌아왔구나' 생각할 수 있게-

그런데 어제 아침은 바쁜 마음에 현관문 손잡이를 당겨보지 못했다.
그래서였을까..

신종플루 예방 접종 맞으러 가다 회사 계단에서 발을 헛딛여서 제대로 굴렀다.
덕분에 피를 한 움큼 쏟고 응급실행.
지혈도 제대로 안해서 계속 피가 쏟아지는데 3시간을 눕혀놓고 누구 하나 들여다볼 생각을 안한다.
ER이라며..
간신히 의식을 차렸는데 파상풍 검사에 피 한 번 뽑으면서 바늘 하나를 제대로 못 꽂는 PK.
'그래 너도 하나의 의사가 되려면 마루타가 필요하겠지..'라고 생각은 했다만 하루가 지나도 혈관통에 팔이 저리다.
내가 내 피를 한 바가지쯤 마셨을 때 입에서 반찬 냄새를 풀풀 풍기는 PS 레지던트 실실 기어오신다.
이와중에 센스쟁이 내 동생 "다음주에 결혼식 있으니까 예쁘게 꼬매줘요"
이렇게까지 얘기했는데 표정 하나 안바뀌는 의사 선생. 좀 웃으라고!
무튼 너덜너덜해진 입 안쪽을 열바늘 남짓 기우고 항생제 주사에 파상풍 주사까지 맞고서야 4시간 만에 퇴원.
타이는 잘 됐으려나..레지던트 양반 핀셋질도 못해서 실 대신 자꾸 내 입술을 집어대더만.

의식 차리고 선아를 봤을 때는 고맙고 반가웠고,
동생이 달려왔을 때는 다행이다 했는데,
예랑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왈칵한다.
그리고 엄마 목소리를 듣고 펑펑 울었다.
나를 안도하게 만드는 사람들.

매일 현관문 손잡이를 당기면서 했던 다짐은 사실 반정도는 설마하는 마음이었는데..
정말 한 순간 한 순간 열심히 사랑하며 살게요.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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