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헤] De Visscherie/드 비스헤리

유럽의 어시장 근처에는 오이스터 바처럼 날것을 파는 음식점들이 많고 조리를 잘 하는 곳은 찾기가 쉽지 않다.
회를 제외하고 안 익힌 해산물, 특히나 어패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피시 마켓 근처의 음식점들이 별로 반갑지 않은데, 브뤼헤에 살면서 가끔 특별한 날 가본다는 현지 아주머니의 추천으로 선택한 <De Visscherie(드 비스헤리)>
너무 어두운 탓에 사진은 없지만 낚싯줄에 매달린 큰 생선 모형이 한눈에 보여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곳.



40년 된 노포라기엔 깔끔하고 모던한 내부.
입구가 0.5층, 다인석 테이블과 큰 수족관이 있는 1층, 2인 테이블로 조금 더 프라이빗한 공간의 느낌이 나는 1.5층, 참 독특하고 희한한 구조.



벨기에는 조금 괜찮다 싶은 레스토랑에 가면 직접 맥주를 제조해서 파는데, 그 집만의 스토리와 그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함이 있다.
이곳 맥주는 이름도 Den Visscher, 어부 맥주.



레스토랑을 소개해준 아주머니의 추천 메뉴는 씨푸드 플래터, 1인 50 EUR.
이미 암스테르담 <the Seafood Bar(더 씨푸드 바)>에서 해산물 2층 탑도 먹었고 별로 날것을 먹고 싶지 않아서 단품 메뉴를 보던 중에, "셰프를 믿어보겠냐?"는 매니저 아저씨의 말에 홀딱 넘어가 주문한 시즌 메뉴 6코스 68.00 EUR.

아뮤즈 부쉬로는 티스푼에 올라갈 정도로 작은 생선튀김.



제철 해산물로 각각 두 가지 요리씩, 전부 네 가지 요리가 나오는 에피타이저.

먼저 첫 번째 식재료는 맛조개.
프레골라라는 율무만 한 파스타 위에 비트와 래디시 등 붉은 채소와 붉은 해초인 덜스, 유자 소스를 올린 새콤달콤한 맛조개.
Razor clam with beet, radish, fregola, dulse, yuzu.



양배추와 콜라비를 넣어 아삭하고, 딜이라는 허브로 비린내를 잡은 맛조개 냉수프.
Razor clam with white cabbage, kohlrabi, buttermilk, dill.



그리고 두 번째 식재료는 장어.
엔다이브, 셀러리악, 사과 같은 흰 채소와 과일에 얹은 훈제 장어.
Smoked eel with Belgian chicory, celeriac, apple.



버섯 수프 거품 속에 데리야키 소스를 발라 구운 장어.
Lacquered eel with teriyaki, mushroom, legume, breadcrumb.



많이 먹은 것 같지만 메인 요리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거.

해산물 메인은 트러플 낭낭하게 올라간 아귀 요리. 아귀는 찜으로만 먹는 생선이 아니었다고 한다.
Filet of monkfish gently cooked with white beans, parsnip, butter foam, truffle and Parmesan cheese.



육류 메인은 우엉을 곁들인 송아지 췌장 요리.
Sweetbread가 말 그대로 달콤한 빵인 줄만 알았는데 췌장이었다니..영어로 먹는 거 가리려면 아직 한참 멀었구나, 라고 느낀 밤.
먹을 때는 송아지 췌장인 줄 모르고 먹었지만 수족내장류를 좋아하지 않는 내 입에는 역시 안 맞는 요리.
Veal sweetbread with polenta, salsify, onion, Madeira, hay butter.



바닐라와 헤이즐넛 아이스크림 올린 사과 조림으로 코스 마무리.
Apple praliné with vanilla and hazelnut.



한국에서는 대부분 굽고 찌거나 날것으로 먹고, 코스로 나오는 레스토랑에 가더라도 생선이나 해산물 요리는 하나 또는 많아도 두 개 정도.
주로 생선과 해산물을 이용한 코스 요리 자체가 생경하지만, 같은 재료로 어떻게 조리하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요리가 되어 나오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곳.
셰프를 믿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저녁 만찬.
홈페이지 예약은 여기에서, 네덜란드어, 영어, 프랑스어 선택 가능. https://www.visscherie.be/kopie-van-reservation-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