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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유혹 [이스탄불-신시가지]

あかいいと 2012. 5. 31.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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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여행 마지막날, 아쉬운 마음에 아침 일찍부터 눈이 떠졌다.
밤 비행기라 한나절 여유가 있었던 우리는 신시가지의
돌마바흐체 궁전(Dolmabahce Sarayı)-오르타쾨이 자미(Ortakoy Camii)-베벡(Bebek)으로 루트를 잡았다.


카바타쉬 트램 정거장에서 도보로 15분 거리.
31대 술탄이었던 압둘마지드가 유럽의 성을 돌아보고 1856년에 재건한 <Dolmabahce Sarayı(돌마바흐체 궁전)>
11시쯤 도착한 돌마바흐체 궁전 티켓 오피스 앞에 줄 선 사람들을 보자, 2001년 유럽 여행 당시의 악몽이 떠오른다.

[돌마바흐체 궁전 방문 Tip]

 *. TICKET OFFICE OPENING HOURS : 08:30 ~ 16:00 
    : 여유롭게 다니는 여행자라도, 돌마바흐체 관람 계획이 있다면 아침 일찍 다녀가는 편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처럼 티켓 사는 데에만 한시간 반을 버릴 수 있다.

*. The Palace is closed on Mondays & Thursdays. 
*. The ticket office may be temporarily closed in the case of the high level of crowd. 
    : 궁전 보존을 위해 내부 관람객 인원을 조절하는데, 나온 인원만큼 들여보내는 방식이라 입장 시간에 기약이 없다.
*. The ticket office will be closed earlier, if the number of visitors exceeds the daily limit. 
    : 최악의 상황은 이거다. '티켓 오피스가 4시까지니까 2~3시쯤 와서 문 닫을 때쯤 나오면 되겠지.'하는 생각..
     하루에 입장시키는 관람객 수가 정해져 있어서, 그날 정원을 다 채우면 시간 관계 없이 티켓 오피스 문을 닫는다.

*. Pleasw check your enterance time on your ticket. 
    : '그럼 아침 일찍 와서 티켓 사놓고, 어디 가서 밥이나 먹고 와야지.'
     안된다. 티켓을 사면 입장 시간이 찍혀나오는데 그때 못들어가면 끝이다.
*. The entire tour takes about two and a half hours, including waiting time. 
    : 셀람륵과 하렘, 정원을 모두 둘러보는데에 3시간 이상 걸린다.
*. After 3 p.m. either Selamlik or Harem can be visited only. 
    : 3시 이후 입장객은 셀람륵과 하렘, 둘 중 한군데만 선택해서 봐야 한다.

티켓 오피스 안내문을 읽어보니 일단 입장했다하면 점심은 못먹을 것 같고,
줄을 선 사람들을 보니 답이 안나와서 일단 브런치를 먹으며 생각해보기로 한다.





어떻게 사람이 7박 8일동안 하루도 안거르고 케밥을 먹나 싶어서 시켜본 햄버거.
감자가 빵 속에 통째로..맛있다.



"터키는 고양이의 나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길냥이들이 많은데, 사람을 봐도 피하지 않고 먹을 걸 봐도 덤비지 않는다.
노천 카페나 레스토랑에 가면 냄새를 맡고 몰려든 고양이들이 의자를 포위하는데, 대부분 꼼짝 않고 앉아서 기다리는 편.
얘만 빼고.
"고기 고기 고기"하고 적극적으로 영업하는 자세에 탐복하여..좀 많이 먹였다.





다행히 밥 먹는 사이 사람이 조금 줄었다고 생각했는데, 12시 반에 줄 서서 표 산 시간이 1시 58분.
우리 뒤에는 아직도 끝 없는 줄이..



돌마바흐체는 남자들이 정무를 보던 셀람륵과 술탄의 가족이 거주하던 하렘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외국인 통합 입장권은 40 TL이고, 셀람륵은 30 TL, 하렘은 20 TL, 내국인은 각각 절반 가격이다.
둘 다 볼 경우, 셀람륵을 먼저 보고 하렘을 보면 시시해 보일 수 있으니 하렘을 보고 셀람륵을 나중에 보는 것이 좋고,
만약 3시 이후 입장이어서 한 군데만 선택해야 한다면 하렘보다는 셀람륵을 보는 편을 추천한다.


유럽의 성 중에서도 프랑스의 베르사유를 많이 닮았다는 돌마바흐체.
그런데 밖에서 보는 돌마바흐체는 베르사유 별궁보다 작고 밋밋하다.
하지만 겉모습만 봐서는 알 수 없는 건 사람이나 건물이나 마찬가지. 특히 셀람륵의 대반전을 기대하시라.

정원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지만, 셀람륵이나 하렘 내부에는 개별적으로 들어갈 수 없다.
15분에서 30분 단위마다 사람들이 모이면 궁전에 소속된 가이드와 함께 들어가야 하는데,
이유는 궁전 내부가 워낙에 복잡해서 길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돌마바흐체 궁전은 실내 촬영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는데, 오히려 가이드의 설명에 몰입할 수 있어서 좋다.
셀람륵에는 바카라 크리스탈과 마호가니 난간으로 만들어진 계단을 시작으로,
러시아의 황제가 선물한 흑곰 가죽,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선물 받은 거대한 상아 조각, 중국과 일본에서 건너온 도자기들..
세계 각지의 최고급품들로만 가득 채워놓은 40여 개의 홀과 280여 개의 방들은 상상하기에도 버겁다.

그리고 셀람륵 투어의 대미는 오바마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연회를 열었던 곳으로도 유명한 <Muayede(무아예데/대연회장)>
2009년도까지는 사진 촬영을 허용했기 때문에 2009년 이전 블로그 포스팅을 보면 사진이 많이 남아있는데,
돌마바흐체의 화려함과 사치스러움을 궁극적으로 보여주는 무아예데는 프랑스 오페라 하우스 설계자가 만든 곳으로 알려져있다.
750개의 촛불(지금은 가스등)이 켜지는 4.5톤 보헤미아 샹들리에만으로도 공간 전체를 압도한다.
샹들리에를 설명하던 가이드가 특히 강조한 것은,
론니 플래닛에 "영국 여왕이 선물한 샹들리에"로 나오면서 잘못 알려졌는데,
선물 받은 것이 아닌 구입한 것이라면서 영국인들이 생색낼 일이 아니라는 것.
그렇지만 돌마바흐체 궁전 건축비가 왕실 재정을 악화시켜 오스만 제국 멸망에 기름을 부었으니,
돈 주고 산 샹들리에가 딱히 자랑스러워할 일도 아니지 않나.


입장권이 있어도, 셀람륵 앞에서, 또 하렘 앞에서 줄을 서야 들어갈 수 있다.
하렘은 술탄의 여자들과 자녀들이 머물렀던 거처인데, 건물 내에 집이 별채로 들어가 있는 '집 속의 집' 형태가 특이하다.
각자의 방을 쓰던 술탄의 여자들 가운데 자녀가 생기면 별채로 옮겨주는데,
건물 내에 있기는 하지만 별도의 방과 거실, 욕실이 있어서 독립된 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는 것이다.

하렘은 주거 공간이라 특별할 것이 없지만,
딱 한 곳 아타튀르크 대통령이 사망한 침실은 터키 국기가 수놓인 붉은색 침구가 선명해서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돌마바흐체 궁전의 모든 시계는 아타튀르크 대통령이 사망한 시각인 9시 5분에 멈춰있다고 하는데,
궁전에 시계가 별로 없어서 확인이 어려우니, 이 침실을 둘러볼 때 침대 건너편 협탁 위 시계를 확인할 것.





하렘에서 셀람륵 쪽으로 나오는 길에 고양이. 무언가 지키는 것처럼 보여서.





분명 오기는 11시에 왔는데, 다 돌아보고 나왔더니 5시.
하루가 갔다.



베벡까지 가기는 무리스러워서 오르타쾨이 자미로 고고- 
돌마바흐체 앞에서 한번에 가는 버스가 있는데, 돌무쉬 타던 버릇 때문에 일단 타서 얼마냐고 물었더니 버스 카드를 사야 한단다.
진땀 흘리고 있는 와중에 버스 기사 아저씨가 그냥 타고 가라해서 무사히 오르타쾨이 자미에 도착..했으나 공사중.
괜찮다 우리 관심의 팔할은 쿰피르!
바다가 보이는 오르타쾨이 자미 앞 광장 쪽 비스트로나 카페는 조금 비싼 편이고,
광장 바로 뒷골목으로 들어가면 바다는 안보이지만 예쁜 가게들이 많다. 







쿰피르는 파는데 맥주는 안파는 가게, 맥주는 파는데 쿰피르는 안파는 가게를 두루 거쳐
결국 <EPOPE>에서 에페스와 쿰피르 득템!



쿰피르는 최서방 주먹 네 개만 한 슈퍼 감자에 소시지, 올리브, 옥수수, 완두콩 등 토핑을 올려먹는 터키 간식. 10 TL.
토핑은 선택해야 하는데, 터키어로 쓰여있어서 일일이 영어로 묻고 답하기도 힘들다면 그냥 'MIXED' 하면 된다.
카파도키아나 다른 지역에서는 찾기 어렵고, 이스탄불에서도 파는 곳은 많지 않다.
오르타쾨이 자미 근처에는 쿰피르를 파는 가게도 많고, 한켠에 쿰피르만 파는 간이 음식점이 줄지어있다.



유레카!
쿰피르를 먹으러 간 카페에서 쿰피르보다 더 맛있는 괴즐레메 발견.
카파도키아에서도 먹어본 적 있지만, 그건 갖다댈 수 있는 맛이 아니다. 보고 있으니 또 생각나는 괴즐레메.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가는 길, 쿰피르만 파는 간이 음식점들이 있고,
그 앞쪽으로는 바닥이나 벤치에 앉아 1인 1쿰피르 섭취하는 터키 청소년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쿰피르와 괴즐레메의 기억을 끝으로 터키 여행이 끝났다.
일정이 워낙에 짧아서 터키를 더 둘러보지 못한 아쉬움도 컸지만,
떠나는 날이 되어서야 몸이 시차 적응을 한다는 사실이 더 슬프다.
이번 여행의 깨달음. 지구 반대편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돌아봐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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