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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well travelled
한 집 건너 한 집이 맛집이고, 작지만 알찬 카페가 수두룩한 우붓. 고로 다른 여행지에 비해 검색하는 수고로움을 덜고 아무 데나 들어가도 실패할 확률이 적다. Sensatia(센사시아) 폭풍 쇼핑 후에 제일 가까운 카페를 찾아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들어가 본 에어컨 바람이 필요하다면 1층 안쪽 자리도 있지만, 여기는 2층이 진짜. 일단 누울 수 있고요. 액자가 따로 필요 없는 창문. 오직 두 사람을 위한 발코니. 아이스 롱블랙 27,000 IDR. 샷을 몇 개나 넣는지 아이스 롱블랙이 조금 진한 편이어서, 샷 하나 정도는 빼달라고 해야 한국에서 마시던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비슷. 발리에서는 원래도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 보내는 게 일상인데, 더 아무 생각이 없어지게 만들어 놓은 카페.
오가는 길에 몇 번이나 지나치면서도 선뜻 들어가 볼 생각이 들지 않았던 그런데 밥 시간이든 아니든 항상 테라스 석은 대만원이고, 마침 나오는 음식도 맛있어 보이길래 한번 들어가 보기로. 역시나 테라스 석에 빈자리도 없지만, 오토바이며 버스 매연 뿜뿜하는 도로 코앞에서 식사하는 건 내키지 않는다. 며칠 지내다 보면 오토바이가 못 다니는 짬뿌한 릿지 워크가 얼마나 좋은 곳인지 실감하게 되는데, 오토바이 매연은 자카르타 뺨을 치고도 남는 우붓. 요즘 한국에서도 주목받는 슈퍼푸드 스피룰리나로 만든 이름하여 슈퍼 그린 주스. 몸에 좋으니까 맛은 말하지 않기로 합니다. Super green juice: organic spirulina flakes, spinach, pineapple, lime, apple juice..
우붓에서 유기농 음식과 채식에 익숙해질 때쯤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고 싶어서 찾아간 디톡스 주스바 겸 로푸드 레스토랑 구글 지도로 봤을 땐 걸어갈 수 있는 거리 같았는데, 걸으면 걸을수록 왜 이 길로 걸어 다니는 사람이 없는지 알게 되고,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지는 마지막 2~300m에서는 구글 지도에 사기당한 느낌마저.. 절대 걷지 마세요. 땀 샤워를 하며 우여곡절 끝에 도착. 세상 여유로워 나만 빼고.. 주스와 음식을 주문하고 유기농 식품과 화장품들을 둘러보니, 여기 발리 부다보다 위험한 곳이다.정신줄 놓고 지갑 여는 순간 2~3,000,000 루피아 쓰는 건 일도 아닐 만큼 좋은 제품, 사고 싶은 제품들이 많다.택시를 타고 우붓 중심가로 나가더라도 코코마트까지 걸어가야 하는 길을 생각해서 참고 또 참고..
우붓 논뷰 카페들 중 그나마 접근성이 좋은 여기서 "접근성이 좋다"는 건 도보로 3km를 걸을 것인가 1km만 걸어도 되는가의 차이랄까. 우붓 팰리스 앞쪽으로 쭉 뻗은 큰길 Jl. Raya Ubud(잘란 라야 우붓)에서 타투샵이 보이는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면 좁은 골목이 나오는데, 너무 좁고 막다른 골목 같아서 이 길로 가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든다면 그 길이 맞다. 그 좁은 골목만 잘 벗어나면 본격 논길 시작- 우붓 요가 하우스가 보이나요? 그럼 온 만큼 더 가면 됩니다. 논길 따라 1km 정도를 걸어 도착한 화장실과 주방 외에는 벽이 없고, 기둥 몇 개가 이렇게 동그란 지붕을 이고 있는 독특한 구조. 오픈 초기에는 지붕도 기둥도 없이 흰 천으로 햇빛만 가려주는 막사였다고. 기둥 안쪽으로는 입식 테이블이..
우붓에 간다고 하니 인도네시안 친구가 첫 번째로 추천해준 핫플레이스가 여기. 문 연 지 1년도 안 되었고, 위치도 조금 난감해서 아직은 시끌벅적하지 않은 우붓 중심가의 끄트머리, 경사로 초입인데다 눈에 띄는 간판도 없어서 하마터면 짬뿌한 릿지 워크까지 걸어갈 뻔. 인스타 검색하면 제일 많이 보이는 고양이 거울. 남들은 다 잘 찍는 거울 셀피 나도 한번 시도해보았으나 역시 안 될 일. 어차피 안 될 셀피는 재빨리 집어치우고 시원한 거, 맛있는 거 먹으러 2층으로- 높은 층고와 사방에서 쏟아지는 햇빛으로 어느 곳에 앉아도 포토존이 되는 카페 내부. 채광은 좋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비는 막아줘야 되는 거 아닌가 싶은 천장, 마음에 쏙 드는 티셔츠들: lazy fitness junky, lazy techno mo..
예전 우붓이 조용한 휴식을 위한 곳이었다면, 근래의 우붓은 서울 성수동과 상수동을 합쳐 놓은 것보다 더 힙하다. 어찌 된 영문인지 전 세계 요기니들이 인도가 아닌 발리로 몰려든 덕분에, 요가원 근처에 각종 비건, 베지테리언 음식점과 카페들, 오가닉 식품점과 화장품 가게들이 말 그대로 우후죽순. 그리고 가로수길 포화로 세로수길이 생겨나듯이, 우붓 메인 로드에서 조금만 더 골목으로 들어가면 생긴 지 얼마 안 되어 훨씬 힙한 음식점과 카페들이 빼곡하다. 도 그중 하나. 손을 통해 에너지의 흐름을 조절한다는 요가 용어인데, 엄지와 검지를 붙이고 있으니 Gyana Mudra. 누구와 합석해도 불편하지 않은 분들만 웰컴- 이런 오렌지색 햇빛이 식물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시간, 카페가 가장 한산한 시간이기도. 용과 ..
커피 산지로 유명한 인도네시아, 그리고 그냥 커피보다 루왁 커피가 더 흔한 발리. 4~5년 전만 해도 원두 파는 곳만 많았지 커피 한 잔 제대로 마실 곳이 없었는데, 지금은 서울보다 더 힙한 카페들이 넘쳐난다. 문제는 우붓 중심가에 넘쳐나는 카페만큼 관광객도 넘쳐나서 느긋하게 커피를 즐길만한 곳이 없다는 것. 그러다 몽키 포레스트 아래쪽 작은 동네 골목길에서 발견한 아지트 삼고 싶은 카페 보이는 이 공간이 카페 전부인 것에 한 번 놀라고, 카페 입구에 앉아 손으로 커피콩을 한 알씩 고르고 있는 이 청년에게 또 한 번 놀라고. 보고 있는 내가 등이 굽고 눈이 빠질 것 같은 작업을 미동도 없이 착착착- 채식주의자들의 천국답게 비건, 베지테리언 케이크 그리고 글루텐 프리 쿠키. 청년이 한 알씩 골라낸 커피콩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