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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well travelled
여름이 오기 전에 주스 클렌징 3일 프로그램으로 디톡스 시작. 탄수화물, 나트륨, 카페인 없이 삼시세끼 주스만 마셔야 하는 고통의 3일. 디톡스 기간 중에는 매일 물을 2리터 이상 마셔서 수분을 보충하고, 배가 고플 때 먹을 수 있는건 무염 견과류와 오이나 당근, 바나나 정도. 첫째 날. 스퀴즈 빌리지 A세트: 그린블러드 주스, 미란다커 해독 주스, 안티에이징 주스 생소한 재료가 없고 레몬향이 강해서 초록초록한 색깔과 달리 과일 주스처럼 잘 넘어가는 그린블러드 주스: 밀싹, 아스파라거스, 브로콜리, 레몬, 사과, 배, 오이 모든 재료가 생소해서 무엇 때문에 약간 비릿한 맛이 나는지 알 수조차 없는 총체적 난국 미란다커 해독 주스: 스피롤리나, 아사이베리, 고지베리, 마카, 치아시드, 식물성프로틴, 카카오..
작년부터 유로 환율이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더니, 1월 말에는 1,210원대를 찍었다. 때문인지 유럽 직구로 이것저것 사들이는 친구들이 늘어났고, 그중에 한 친구는 한국에서 429,000원 하는 네스프레소 CITIZ 머신을 배송비 포함 15만 원에 독일에서 직구했단다. 본디 쇼핑에 관심이 없고, 크게 사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없는지라, 블랙프라이데이 때에도 강 건너 불구경, 여전히 남의 나라 이야기였는데, 네스프레소 얘기에 처음으로 직구에 도전! 그 결과는? 캡슐 종류와 개수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한국보다 36~38% 정도 저렴하게 구매 가능! 지금 유로 환율이면 관세 부과 기준인 15만 원 내에서 250개 주문이 무난하고, 비교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INTENSO와 ESPRESSO 캡슐..
대표님 인터뷰 촬영차 내려간 제주에서 대표님 기다리며 찍은 테스트 샷. 포토그래퍼가 조명이랑 색감 보고 다시 세팅하러 간 사이, 분명히 지운다고 지웠는데..맥 사용이 서툴어서 제대로 안 지워졌나보다. 전문가의 촬영 기술과 정성스러운 포토샵 작업으로 내가 내 얼굴을 보고도 "이게 나야?" 싶게. 그런데 이 사진을 본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의외의 곳에서 나왔다. "당신 요새 표정이 딱 저래. 반쯤 넋이 나간 것 같은 표정." 얼마 전에도 비슷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지 아마. "당신 정말 반짝반짝 빛나던 때가 있었는데..지금은 너무 지쳐보이기만 해." 빛나지 않는 20대도 있냐며 아무렇지 않게 웃어 넘겼지만, 생기 없이 건조한 모습을 잠깐이나마 거울에서 마주치면 스스로도 놀랍다. 직장 생활하며 과장 직함 달..
약정이 9개월이나 남은 아이폰이 말 그대로 "산산이" 부서졌다. 혓바닥은 이유 없이 찢어져서 피인지 밥인지 모를 식사를 하고, 오른발 신경이 눌려서 이틀에 한번꼴로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우호적 관계라고 생각했던 회사 동료는 하루 아침에 적이 되고, 그 덕분에 피할 겨를도 없이 업무 쓰나미를 온몸으로 받아낸다. 삼재(三災). 미신 따위 믿고 싶지 않지만, 이게 아니라면 작년부터 잠시도 쉬지 않고 계속되는 악운을 이해할 방법이 없다. 자 이제 그만하고.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좋으니 나에게도 "뜻밖의 행운"을 보여줘.
나에게 뮤지션을 단 두 명만 꼽으라면, 망설일 것도 없이 이승환-김동률. CD 플레이어, MP3, 지금 아이폰까지..내 귀에 항상 걸려 있었던 음악들. 중고등학생 때 환님에게 가열차게 팬질하다 그가 장르를 바꿔 활동하면서 대학생 때는 률님에게 홀릭했다. 집도 친구도 없던 프랑스에서의 첫 가을, 두(Doubs)강변에서 아주 긴 산책을 하던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두 가지. 낙엽 냄새와 비 오기 전날의 흙냄새 묻은 가을 바람, 그리고 김동률 3집 프랑스 유학 시절을 함께한 연인 같은 목소리. 브장송에서 만났던 지현 언니 덕분에 더 기억에 남았는지도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오빠가 TV에 나오면 어떤 기분이냐 물었었는데, 이제는 온군이 TV에 나오는 것이 신기하지 않은 내가 되었다.) 2013년 1월 19일. 그..
여의도 증권가에서 보기 드물게 섬세한 감성을 가진 남자 최서방. 오히려 회사일 때문에 정신적으로 황폐하고 메마른 나를 위한 최서방의 선물, 어쿠스틱 카페 내한공연 티켓. 클래식이 대하소설이라면, 어쿠스틱 카페의 음악은 에세이. 가사 없이도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느낌. 그리고 어젯밤의 나에게는 해열제였다. 퇴근할 때쯤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어 열이 오른 머리와 마음을 식혀주는. 'Cinema Paradiso'를 시작으로 마지막 앵콜곡까지 두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갈 수 있나. 삼키기 아까워 입에서 조물거리는 맛있는 음식처럼 혹여 귀에서 그냥 흘러가버릴까봐 마음에 머리에 한 곡 한 곡 담아두었다. "맘 먹고 즐겨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츠루 노리히노. 서툰 한국말이었지만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통역을 쓰지 않고..
선명한 것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날카로운 모서리에 긁혀 생긴 흉터도, 사람에게 상처 받아 힘들었던 기억도, 비오는 제주의 하늘처럼..뿌옇게 흐려질 때 더 좋은 것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 많은 것들이 흔적을 찾기 힘들만큼 흐릿해지더라도 당신만 선명하면 괜찮다. 창에 맺힌 빗방울처럼, 내게는 당신만 선명하면 괜찮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페리에 배달하러 온군 집에 들렀는데 발바닥만한 아이가 뛰어나왔다. 태어난지 이제 두 달된 푸들. 온군 발목에 딱 붙어서 쫓아다니는 녀석의 이름은 온군의 "꼬봉"이다. 소파에 올려놓으면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눈으로 쳐다보면서 엄지 손가락만한 꼬리를 흔든다. "내려달라고. 온군한테 가야된다고!" 아무리 불쌍하게 쳐다봐도 안내려줬더니..체념한듯한 저 시선 끝에는 온군이 있다. "온군아,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구나.." 가뜩이나 집에서 잘 안나오는 온군, 꼬봉이 덕분에 집귀신될 판.
봄맞이 집청소를 하면서 뽀얗게 먼지 앉은 커피나무를 씻겼다. 작년 여름 우리집에 데리고 와서 아침저녁으로 물 주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사람도 안먹는 영양제를 먹여 키운 커피나무. 따뜻한 지역에서 자라는 나무여서 조금만 한기가 들어도 고사한다기에 겨울은 어떻게 나나 싶었는데, 잎도 예닐곱 개밖에 없던 커피나무가 이렇게나 무럭무럭 자랐다. 지금처럼 무럭무럭 자라면 3년쯤 지나서 커피 열매가 열린다고 했다. 그 커피에서는 아마도 향긋한..영양제 맛이 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