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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well travelled
창립기념일이라 더 늑장 부릴 수 있는 날인데 같이 점심 먹으러 회사 앞까지 찾아온 현정. 그리고 생일 선물 good ovening cupcake! 내 취향을 남편보다 더 정확하게 알고 있는 당신이라 사랑할 수 밖에 없구나.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굿오브닝 컵케이크- 초코 컵케이크는 내꺼. 팀 여자분들 하나씩 나눠드리고, 깨알 같은 하트가 올라가 있는 민트 컵케이크는 선아에게- [선아의 감사 메세지] 역시 컵케이크는 굿오브닝이라며. 아메리카노랑 참 잘 어울린다며. 맛있게 먹고 나서 생각해보니.. 토요일에는 시댁에서 케이크, 일요일에는 신랑이 만들어준 케이크, 월요일에는 팀원들이 준비한 케이크. 오늘 컵케이크까지.. 생크림이 모세혈관까지 퍼져있는 느낌. 당분간 케이크는 자제 좀..
느긋한 주말 데이트..라고는 해도 실상은 오피스텔 1층 파리바게트에서 벽 뚫는 공사를 하느라 드릴 소리에 망치 소리에.. 머리가 울리고 심장이 두근대서 대피하듯 집에서 나왔다. 둘 다 사람 많은 곳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조용하고 한적한 곳을 찾다보니 한남동으로. 평일에도 질리게 오는 한남동이라 주말에는 가급적 피하고 싶었지만, 가로수길, 삼청동, 홍대..서울 시내에 괜찮다싶은 카페가 있는 곳은 대부분 인파에 몸살하기 십상. 주한멕시코 대사관 옆으로 좁은 골목길을 따라 내려오면 보이는 하얀 건물 1층 플라워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약간 습한 공기와 갖가지 꽃과 풀내음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화원 같은 곳. 체감하기에는 아직 겨울인데, 봄이 만개한 것 같은 카페 내부. 그래서 카페 이름도 blüte(..
핸드 드립으로 천천히 내린 커피 향이 가득한 휴일 아침- 이번에 산 원두는 Kenya AA. 가장 유명하고 구하기도 제일 쉬운데 이제야 100g 구입. 평소의 휴일이나 주말 아침이면 신랑이 드립해주는데 어제 회식으로 못 일어나고 있는 신랑을 대신해 직접 커피를 내리고 있다. 신기하게도 우리는 같은 원두를 쓰는데 신랑 커피와 내 커피는 맛이 다르다. 아직 바디와 밸런스까지 감별해가며 먹을 재주는 없어도, 확실히 '손맛'에 따라 커피맛이 달라지는 건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예전에는 고작해야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 아메리카노면 충분했는데 요즘은 외출하면 근처 로스팅 가게 찾느라 바쁘고, 핸드 드립 카페에서는 원두 고르는데 집중하게 된다. 모두 부모님과 신랑의 영향. 부모님이 핸드 드립 커피에 열광하게 된 건 ..
콰트로를 사고 란도리 때보다 주차하면서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당연하게도. 어느 날처럼 주차라인 양쪽으로 10cm씩 공간을 남기고 예쁘게 주차를 해뒀는데.. 아침 출근길 주차장에 내려갔다가 이 지경이 된 콰트로를 보고 주저앉을 뻔했다. 상처만 나도 속이 쓰릴 새 차인데 범퍼는 찢어진데다 휀다까지 움푹 패여있다니.. 게다가 하필 주차한 곳이 CCTV 사각지대여서, CCTV 세 대를 샅샅이 뒤졌는데도 범인은 찾을 수가 없었다. 콰트로의 처참한 모습. 말로 다 할 수 없이 속상하다. 범인을 못잡아서 결국 자차 보험 처리하기로 하고 서비스 센터에 보냈다. 이 상황에 다행이라는 소리가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아우디 서비스 센터는 지금까지 다녀본 공업사의 서비스와는 차원이 다르다. 우선 내 차를 확인한 접수처 ..
어렸을 때 "오늘은 뭐 먹을까?", "무슨 반찬 해먹지?"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엄마. 그 혼잣말 같은 물음은 저녁 식사 시간이 다가올 수록 더 빈번해졌다. 그리고 마치 결심이라도 한듯한 엄마는 동네 슈퍼에서 간단한 장을 보고 저녁을 차렸다. 엄마가 옆에서 먹고 싶은 건 없는지, 무슨 반찬을 해야 할지 귀찮을 정도로 물어볼 때면, 대충 아무거나 해서 먹으면 되지 무슨 고민을 저렇게 매일같이 하나 싶었다. 세상에 저녁 메뉴 말고도 고민할 게 얼마나 많은데.. 그런데 이제 내가 그 고민을 하는 입장이 되고 보니, 그때 엄마 마음이 조금은 이해된다. 세상 사람들 모두 같은 고민을 하는가보다. 오죽하면 [오늘 뭐 먹지] 어플리케이션이 나왔을까. 그나저나 아직 점심도 먹기 전인데 벌써부터 같은 고민이 시작된다. ..
집을 나설 때. 현관문이 잠기는 전자음을 듣고 현관문 손잡이를 두 번 당겨본다. 의심 많은 성격에 문이 잠겼는지 확인하면서 한 번. 오늘 이 집에 다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다짐하며 또 한 번. 퇴근 길 '오늘도 무사히 집에 돌아왔구나' 생각할 수 있게- 그런데 어제 아침은 바쁜 마음에 현관문 손잡이를 당겨보지 못했다. 그래서였을까.. 신종플루 예방 접종 맞으러 가다 회사 계단에서 발을 헛딛여서 제대로 굴렀다. 덕분에 피를 한 움큼 쏟고 응급실행. 지혈도 제대로 안해서 계속 피가 쏟아지는데 3시간을 눕혀놓고 누구 하나 들여다볼 생각을 안한다. ER이라며.. 간신히 의식을 차렸는데 파상풍 검사에 피 한 번 뽑으면서 바늘 하나를 제대로 못 꽂는 PK. '그래 너도 하나의 의사가 되려면 마루타가 필요하..
며칠 전 동생이 홍콩 여행에서 돌아오던 날 살짝 마음 상하는 일이 있었다. 홍콩 여행에서 챙겨온 온갖 사람들 선물 중에 누나 것만 쏙 빠진 사건. 나도 일 년에 네댓번씩 해외에 나가는 사람이라 딱히 필요하거나 가지고 싶은 건 없지만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만큼 이 사람 저 사람 선물은 다 챙겨와 놓고 이민 가방만 한 캐리어에 누나 초콜릿 하나 넣을 자리가 없었다는 변명이 못내 서운했다. 선물 받고 좋아할 녀석을 생각하면서 뉴욕 마크 제이콥스에서 아픈 몸으로 한참 동안 티셔츠를 골랐던 내가 바보 같기도 했고. 그래도 핏줄인지라.. 어제 새벽 5시에 잠옷 차림으로 배웅 나와준 녀석을 보면서 마음이 조금 풀리긴 했는데.. 오늘 문자 한 통에 마음이 완전히 풀어졌다. 한동안 업무에 치이고, 어제 영하의 기온에..
대전 부모님 댁 안방 욕실로 연결되는 작은 드레스룸에는 엄마의 화장대가 있다. 화장대라고 이름 붙이기 미안할 정도로..초라한 화장대. 아이크림, 영양크림 같은 기능성 화장품은 고사하고, 스킨도 하나 없다. 내가 언제 선물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비비크림과 동생이 두고간 선크림 하나. 여행용 파우치에는 샘플만 잔뜩이고, 평소에 엄마는 뭘 바르는지..아니 여기서 바를 수 있는 게 있기는 한지 모르겠다. 내가 초등학생 때 선물한 별자리 코롱은 이사할 때마다 들고 왔을까. 이미 향도 다 날아갔을텐데.. 손톱이 자주 깨진대서 사다 준 투명 매니큐어는 내가 발라준 이후로 열어보지도 않았을 거면서 화장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뭐가 필요한지 확인해보려고 사진을 찍었는데 있는게 없으니 보고 말 것도 없다. 마음이 ..
Daum이 미디어후원하는 HUNDERT WASSER의 한국 전시 정식 일정 전에 팝업 스토어 관람 및 기자간담회 건으로 초청받아서 가게 된 압구정 CGV 팝업 스토어,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단순한 기프트 샵과는 다른 개념의 문화-브랜드 접점이다. 이번 시네 드 쉐프 팝업 스토어는 문화-영화-음식을 CGV 브랜드에 적절히 잘 얹어놓은 그림. 일시적이라는 이유로 적당히 대충대충 준비한 팝업 스토어들의 잔영 때문에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훈데르트 바서 팝업 스토어는 전체적 구성과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인테리어에까지 세심하게 반영했다. 작품 미니어처 몇 개 걸고 작품 확대 복사한 시트지나 벽면에 붙여놓은 팝업 스토어와는 사뭇 다르다. 훈데르트 바서의 대표적인 작품 을 설명하고 있는 분은 이번 기획전 큐레이터 SU..